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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한신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박상환 2016-04-28 (목) 20:24 8년전 3113  
한국일보
[기고] 그날 한신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어느 날 한신대학교 학생이 경찰의 출석요구를 받았다. 이사들을 감금했다는 죄목(?)이다. 한신대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6년 3월, 한신대학교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총장후보 추천과정에 교수와 학생 직원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수와 학생이 중심이 되어 총장후보 추천을 위한 총투표가 진행되었고, 4명의 후보 중 득표를 많이 한 1, 2위 후보를 이사회에 올렸다. 그런데 이사회에서는 1, 2위 후보가 아닌 3위 후보를 선출했다. 결과를 기다리던 학생들은 그 이유를 알려달라며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과정에서 이사들은 ‘감금’당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을 불렀고, 경찰차 경찰버스 소방차 등이 학교를 포위했다. 집에 가겠다는 이사들과 투표 결과를 존중하고 3위 후보 선출의 이유를 알려달라는 학생들이 충돌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하루를 꼬박 대치한 이사와 학생은 결국 다음날 정오가 돼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간담회는 총장선출은 이사들의 권한이라는 답변과 이사회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를 알 수 있는 회의록 등 충분한 자료가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 마무리되었다. 이후 학생은 이사들의 감금을 조사한다고 경찰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았고, 이사에게 폭행당한 학생들은 몸과 마음에 멍울이 졌다. 현재 학생들은 선출된 총장에 반대하며 이사회의 책임을 묻고 있다.

물론 사립학교법에 의거, 학생과 교수 추천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한신대학교는 오랜 전통이 하나 있다. 학생, 직원, 교수가 각각 2인의 후보를 추천하고, 전체교수회의에서 최종후보 2인을 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하는 것이다. 이 전통은 학내 오랜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며 이를 보장하는 각종 규정들이 명확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는 통상 교수들이 올린 후보 중 1위를 선택해왔다.

이사회의 주장은 이렇다. 첫째, 총장선출은 이사회의 권한이고 둘째, 학생과 교수 직원이 참여하는 이번 총장추천 방식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첫째, 총장선출이 이사회의 권한이라면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왔던 한신대의 전통은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그 수많은 규정들이 그저 참고용으로만 존재하는 것인가. 둘째, 총장추천 방식은 교수, 학생, 직원, 학교가 참여하는 4자협의회를 통해 합의했고, 전체 교수의 서면투표를 거쳐 최종적으로 학교에서도 새로운 총장추천 방식을 수용했다. 이 논쟁은 끝이 없다. 계속 규정을 파고드는 지루한 싸움이 계속될 뿐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은 결국 민주주의다. 학생들은 총장선출에 학생들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고, 이사회의 주장은 이사들만 권한을 갖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자. 학생은 총장을 선출하면 안 되는 것인가. 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학생들의 권한을 막고 있는 규정을 개정하고 이사회의 권한을 축소하면 될 일이다.

유신정권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을 권리를 빼앗았다.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린 1987년에서야 국민들은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지금의 투표권을 갖게 되었다. 이 권리를 누린지 30년도 안 되는 것이다. 그 때의 상황을 상상해보자.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은 각종 법과 규정에서 허락되지 않던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법과 규정을 넘었고, 우리는 지금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제도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한신대는 한국사회가 엄혹한 시절 누구보다 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김재준 문익환 장준하 등 걸출한 지도자들을 배출한 곳이다. 그리고 한신대학의 학생들은 저항하고 함께 하라는 이 가르침을 따르며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 한신대는 어떤 민주주의를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선택을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장효안  한신대학교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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